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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아기 "기기괴괴"

홀짝귀신디여니
| 조회 : 4217 | 댓글 : 1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8 오후 8:29:13
무덥던 하루해가 뒷산으로 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찬바람이 매섭게 불기 시작했다.
나는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팔짱을 끼고 잔뜩 움츠린 채 집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내가 사는 골목길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습관처럼 우리 집 빌라 4층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모든 불이 꺼진 집 안은 캄캄했다. 보통 이 시간이면 가족들 모두 집에 있을 텐데.
외출이라도 한 건가?
복도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서 현관문 손잡이를 돌려 보니 역시나 잠겨 있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운 거실 벽에
걸려 있는 괘종시계가 외롭게 똑딱거리고 있다.
나는 전등을 켠 후에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서 따뜻한 물로 몸을 녹였다.
방에 들어와서 창문을 열어 보니 아까와는 다른 상쾌한 바람이 피부를 간지럽혔다.
나는 오른쪽 팔과 얼굴을 빼꼼 내밀고는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샤워를 하고 피우는 담배 맛은 참으로 좋다.
창밖에 펼쳐진 동네의 밤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
그때였다.

"그만 기다리고 이제 잡시다, 그냥."

신경질적인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맞은편 빌라인 것 같은데···.

"이 자식이 대체 어딜 싸돌아다니길래 연락도 안 되고, 어? 여태까지 안 돌아오는 거야!"

뒤이어 굵직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집 자녀가 밤늦도록 집에 오지 않아 부모가 많이 화가 난 것 같았다.

"삑, 삑, 삑, 삑, 삑, 삑 철커덕. 띠릭"

그때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모님이 오신 건가.
나는 창문을 닫은 후 방문을 열고 현관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어느샌가 거실의 전등이 꺼져 있었다.
살짝 열린 현관문 사이로 찬바람만이 불어 들어와 집 안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잠시 얼어붙어 있던 나는 현관문을 활짝 열고 복도를 살펴보았다.
정적만이 감도는 어두운 복도에서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저기 저 복도 끝 어둠 속에서 누군가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것만 같았다.

"쿵"

응? 뭐지? 이번에는 작은방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 누군가 작은방의 문을 닫는 것이 보였다.

"엄마예요? 장난치지 마요!"

나는 작은방을 향해 걸어가며 더듬더듬 거실 전등 스위치를 찾았다.
그런데 버튼의 위치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아무리 눌러 봐도 거실 전등은 켜지지 않았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레 작은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틱"

젠장.
누군가 집 안에 유일하게 켜져 있던 내 방의 불마저 꺼 버린 것 같다.
눈앞이 더욱 캄캄해졌다.
나는 반쯤 넋을 놓은 채로 작은방 문고리를 조심스레 돌렸다.
입안이 바싹 말라서 침을 삼킬 수조차 없었다.
누군가 작은방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대충 눈짐작으로 봐도 저 사람은 나의 부모님이 아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침대를 향해 다가가서 머리 쪽의 이불 끝을 잡았다.
그 순간, 침대 밑에서 차디찬 손이 불쑥 튀어나와 내 발목을 덥석 잡았다.

"으아악!!"

놀라움과 공포가 머리카락 끝까지 전해졌다.
내가 그대로 넘어짐과 동시에 침대에 누워 있던 누군가가 스르륵 일어났다.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거야!"

산발 머리를 한 여자는 흰자위를 드러낸 채로 엉뚱한 곳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때 내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며 또 다른 누군가가
침대 밑에서 빠르게 기어 나왔다.
비쩍 마른 얼굴과 상체에 두 동공이 각기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남자가
아무 말 없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몸서리를 치며 그들을 뒤로 한 채 작은방을 뛰쳐나갔다.
늘 그 자리에 있던 가구들은 온데간데 없고,
사방에 기괴한 얼굴의 가족사진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조금씩 이질감이 느껴지던 우리 집은 이제 완전한 남의 집이다.

"꺄아아아아악─!"

그때, 작은방에서 찢어지는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여자는 자신의 몸을 벽 이곳저곳에 부딪혀 가며 나를 쫓아왔다.
나는 맨발로 현관문을 지나 복도 계단을 마구 뛰어내려 갔다.
조금만 더, 이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돼···!

"여긴 출구가 없잖아··· 내 새끼···. 히히히히힛!"

얼굴이 온통 주름으로 덮여 있는 여자가
어느샌가 내 바로 뒤까지 달라붙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멈춰 서서 소리를 질렀다.

"난 니 새끼가 아니야!!!"

그런 내 말에 여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해지더니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찢어질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에 나는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 질끈 감았다.

"삑, 삑, 삑, 삑, 삑, 삑 철커덕. 띠릭"

"아들~ 왔어?"

이상하게 오른팔이 시려서 정신을 차려 봤더니
창밖으로 내민 오른손에 끼워진 담뱃불이 다 꺼져 가고 있었다.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한순간의 망상이었던 걸까. 잠깐 사이에 내가 혼이 빠졌나 보다.
바람이 차다. 담배를 탁탁 털어 내고 오른팔을 거둬서 창문을 닫으려던 그때,
살짝 열려 있는 맞은편 빌라의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사이로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두 눈동자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굴리며 이렇게 말했다.

"거 봐, 이년아! 우리 새끼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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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ㄷㄷ
 - 01/19 00: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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